연서
우주에 관심이 많아 천문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개설된 대학교가 많지 않아 주변에 해당 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이나
관련 학과를 졸업하신 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정보를 얻기가 힘듭니다.
이번 기회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궁금증이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저는 천문학과에 진학하면 어떤 지식을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얕게라도 지금 탐구한다면 입시와 대학생활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학교 홈페이지를 봐도 커리큘럼을 정확하게 알기 힘들어 오랜 궁금증으로 남았습니다.
2) 또한 제가 천문학과 입시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양자컴퓨터 구현 프로젝트, 끈이론과 다중우주, 별의 수명, 블랙홀 엔트로피, 태양고도,
암흑에너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케플러법칙, 천체망원경, 천체관측, 혜성, 유성체 등에 대해
탐구한 경험이 있으며 모두 생기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경험들은 모두 한 학기에 실행된 것이며 이번 학기에도 이 정도 양의 탐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제가 천문학과 입시에서 경쟁력이 있을까요?
루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현재 천문학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루나라고 합니다.
주위에 천문학과 진학을 희망하거나 천문학과를 졸업하신 분이 없어서
진로 탐색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자 답변 남깁니다.
질문 1. 천문학과에 진학하면 어떤 지식을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천문학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입니다.
천문학과에서는 별은 왜 빛을 내는지, 은하들은 왜 타원 모양을 하는지, 우주는 왜 팽창하는지,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인지와 그 이유를 배웁니다.
학교에 따라 어느 분야에 더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같은 천문학과라고 하더라도 배우는 내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문학의 분야는 크게 이론 중심, 관측 중심 그리고 우주과학 중심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가 다녔던 서울대학교는 이론 중심에 가까우며
우주과학, 특히 위성이나 공학 쪽 내용은 거의 배우지 않습니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내용은 서울대 공과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라는 전공에서 자세히 배웁니다.)
앞으로 드릴 말씀은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기준으로 한 설명입니다.
천문학과에서 학년별로 수강하는 전공과목들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1학년 때는 기초 과학 과목과 교양 과목을 수강합니다.
천문학 전공 학생들은 대부분 ‘물리학’ 및 ‘물리학실험’, ‘미적분학 및 연습’
그리고 ‘천문학’을 수강합니다.
학생이 고등학생이라면 물리1, 물리2, 지구과학 1, 지구과학 2,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공부한다면 천문학 공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2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천문학 전공과목을 접하게 되며 천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배웁니다.
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는 ‘항성과 항성계’, 은하와 우주론에 대해 배우는 ‘은하와 우주’가 있으며
‘전산천문학’에서는 파이썬을 통해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배웁니다.
이때, 물리학 전공의 ‘역학’과 ‘전기와 자기’와 수리과학부의 ‘선형대수학’과 ‘미분방정식’를
함께 수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학년이 되면 좀 더 심화된 천문학 내용을 배우며 전공 필수 과목들을 배웁니다.
측광과 분광 관측을 다루는 ‘천문관측실험’ 그리고 천체의 움직임과 빛의 성질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다루는 ‘천체물리학개론’이 있습니다.
이때 물리학 전공의 ‘전자기파와 광학’과 ‘양자 물리’을 함께 수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4학년은 관심사에 따라 세부 전공을 듣고 ‘개인천문연구’를 수강하며
졸업논문 준비를 합니다.
세부전공으로는 ‘태양계 천문학 및 실험’, ‘항성대기개론’, ‘현대우주론’, ‘천문기기개론’,
‘우주환경’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 천문학 학부가 개설된 대학교는 총 7개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천문우주학과,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우주과학과, 세종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과,
충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천문우주학과, 충남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천문우주과학과,
경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시스템학부 천문대기과학전공이 있습니다.
천문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하다면 각 학교별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공 교과목 소개란 혹은 이수 규정을 참고하면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한 호기심은 좋으나
이를 미리 배운다고 입시와 대학생활에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답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에 대한 기초가 튼튼해야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학생이 하고 있는 공부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앞으로 배울 내용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궁금하다면
대학교 1학년 천문학 교양 과목에서 쓰이는 책을 찾아 공부한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학교 1학년 천문학 교양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약간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천천히 읽고 모르는 내용은 선생님께 질문한다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Michael Zeilik이 집필한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이라는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번역본이라 읽기도 편하고 1학년 천문학 교양 과목에서 많이 쓰이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천문올림피아드’ 홈페이지의 교육자료 카테고리에 추천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천문학 분야의 추천 도서를 읽어보면
대학에서 배우는 천문학 내용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2. 제가 천문학과 입시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천문학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고 또 탐구한 경험이 있다고 해주셨네요.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으니 입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탐구했던 천문학 주제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었지만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 알 수 없어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을지 알려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 입시는 대학마다 그리고 전형마다 반영하는 요소가 너무도 다양합니다.
수능 성적, 대학별 고사, 내신 성적, 생활기록부 활동 등 다양한 요소가 있고
이들의 반영 비율도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전형에 따라서 지금 하신 활동이 매우 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경쟁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전형이든 분명한 것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탐구하고, 노력했던 경험은
학생의 자산으로 남아서 수능이든, 논술이든, 면접이든, 자소서이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덧붙이자면
저는 고등학교에 재학할 때 지구과학 동아리를 하면서 천체 관측 행사를 열기도 하고,
과학창의축전에 나가서 달의 위상 변화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들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었으나 대학 입시에서 유의미하게 활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생활기록부를 활용한 전형보다 다른 전형에 더 강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천문학 관련 대외 활동 경험이 아예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천체 관측을 하면서 1년 동안 하늘의 별들이 어떻게 뜨고 지는지,
어떤 배율의 접안렌즈를 껴야 원하는 성단과 성운을 볼 수 있을지 몸으로 직접 터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구과학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가 되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또래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며 팀워크와 리더십에 대해서도 배우고
천문학과를 진학한 선배에게 입시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구과학 동아리 참여했던 경험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과 인격적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열심히 하되,
입시에서 어떤 전형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분석하고
그 전형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개발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치며
‘코스모스’라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만든 칼세이건이라는 천문학자를 알고 있나요?
코스모스라는 책과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칼세이건에게는 닐 타이슨이라는 제자가 있습니다.
닐 타이슨은 1980년대에 칼 세이건이 진행하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를 업그레이드 시켜
2014년에 새롭게 탄생시킵니다. 또한 훌륭한 천문학자이기도 하죠.
닐 타이슨에게 칼세이건은 훌륭한 스승이자 그의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준 훌륭한 멘토입니다.
그런 둘의 만남은 17살이던 닐 타이슨이 칼세이건에게
자신의 꿈과 관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며 시작됩니다.
주위에 천문학 전공자가 없다고 너무 좌절하고 낙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찾아보면 연구기관, 교육기관에서 천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천문학 전공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생도 꿈과 목표가 있다면
닐 타이슨처럼 예의를 갖춰 자신의 롤모델에게 이메일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차갑게 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아마도 기쁜 마음으로 학생의 궁금증에 대답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 있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천문올림피아드에 참여해 국가 대표로 선발된다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천문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 답변이 학생의 궁금증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답변 마칩니다.
학생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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